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대다수가 신체적 통증 없이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죽음을 '좋은 죽음'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대한 찬성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전통적인 죽음에 대한 가치관에서 벗어나,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려는 사회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 변화
전통적으로 좋은 죽음은 가족과 함께하는 임종, 종교적 의식, 사회적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신체적 통증의 최소화와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7%가 '죽을 때 신체적인 통증을 가급적 느끼지 않는 것'을 좋은 죽음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는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더 이상 고통을 동반한 죽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또한, '가족이 나의 병수발을 오랫동안 하지 않는 것'(18.5%)과 '가족이 나의 간병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을 많이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17.5%)이 뒤를 이었다. 이는 죽음이 단순히 개인적인 과정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임종 시 가까운 가족과 친구가 곁에 있어 주는 것'을 좋은 죽음의 요건으로 꼽은 응답자는 5.8%에 불과했다. 이는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 죽음의 중요한 요소였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존엄성과 편안한 죽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조력 존엄사에 대한 높은 찬성률
조력 존엄사는 의사가 준비한 약물을 환자 스스로 투여하여 생을 마감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의사 조력 자살'이라고도 불리는 이 방식은 불치병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환자들이 의료적 도움을 받아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번 조사에서 82%의 응답자가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들의 찬성 이유로는 '무의미한 치료의 지속이 불필요하다'(41.2%), '자신의 죽음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27.3%), '죽음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19.0%) 등이 있었다. 이는 개인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점차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이미 조력 존엄사를 합법적으로 시행하는 국가들이 있다. 스위스, 네덜란드, 캐나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말기 환자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조력 존엄사에 대한 논의가 점점 활발해지고 있으며, 향후 제도적 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3. 웰다잉을 위한 사회적 지원 필요성
좋은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로는 '생애 말기 통증 완화'(62.7%)와 '생애 말기 환자의 치료 비용 지원'(56.8%)이 상위에 꼽혔다. 이는 말기 환자들이 신체적 고통을 덜고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되어 있으며, 말기 환자들이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낮고, 의료 현장에서 충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통증 조절과 자기 결정권 존중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 통증 사각지대 환자 발굴 및 지원 강화: 현재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가 일부 병원에 국한되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 연명의료 중단 이행 범위 확대: 현행법상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 적용되는 범위가 제한적이므로 보다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 생애주기별 웰다잉 교육 활성화: 죽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개인이 미리 자신의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 결 론
이번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이 신체적 통증의 최소화와 가족에 대한 부담 경감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조력 존엄사에 대한 높은 찬성률은 개인의 존엄성과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
따라서 말기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통증 완화 서비스와 경제적 지원 등 다양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며, 조력 존엄사에 대한 법적·제도적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향후 정부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를 이어가면서, 존엄한 죽음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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