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남부의 한 조용한 마을, 돌턴(Dolton)에 위치한 평범한 벽돌 주택이 세계적인 이목을 끌고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이 집이 바로 제267대 교황 레오 14세, 본명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Pope Leo XIV)의 유년 시절을 보낸 곳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평범했던 주택은 하루 아침에 역사적 상징성과 상업적 가치가 더해진 '교황의 집'으로 탈바꿈했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정리해본다.
1. 교황의 유년기를 품은 돌턴의 평범한 집
교황 레오 14세는 1955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시카고 남부 돌턴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가족은 신앙심이 깊은 가톨릭 집안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역 교회인 성모승천성당(St. Mary of the Assumption)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이곳에서 복사로 봉사하고, 성가대 활동을 하며 교회 공동체의 중심에서 자라났다.
이 주택은 1959년에 지어진 벽돌 건물로, 총 면적은 약 111.4㎡이다. 침실 3개와 욕실 2개를 갖춘 단층 구조의 가정용 주택이며, 미국 중산층 주택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외관만 보면 그저 평범한 집일 뿐이지만, 그 안에는 교황의 신앙적 기반이 형성된 흔적들이 스며 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 집이 교황의 유년 시절과 관련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실제로 해당 주택의 현 소유주 또한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처럼 매우 평범했던 장소가 어느 날 갑자기 역사적 장소로 격상되는 현상은 흔치 않은 일이다.
2. 부동산 가치 폭등과 매물 철회의 배경
이 집은 지난 2024년 5월, 6만 6천 달러(한화 약 9,200만 원)에 매입되었다. 이후 리노베이션을 거친 뒤, 2025년 1월에 약 20만 5천 달러(약 2억 8천만 원)에 매물로 등록됐다. 당시에는 평범한 재판매 목적의 거래로 여겨졌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2025년 5월 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어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면서, 해당 주택이 교황의 유년 시절 주택임이 알려졌다.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 하루 평균 7~8건의 문의가 부동산 중개업체에 쇄도했다. 단순한 부동산 거래를 기대했던 집주인과 중개인은 말 그대로 "복권에 당첨된 것 같은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중개인 스티브 버드직(Steve Budzik)은 집주인이 해당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감탄사와 함께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역사적 가치가 결합되며 부동산의 상업적 가치가 급등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집주인은 매물 등록을 철회하였고, 이후 활용 방안에 대해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유명 인물과 연관된 부동산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이 주택 역시 투자 가치 외에 상징성과 수집 가치까지 포함하게 되었다.
3. 지역사회와 교회의 대응 및 활용 계획
현재 이 집은 다시 매물로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중개인과 소유주는 이 주택을 단순히 되팔기보다는 역사적인 장소로 보존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가장 유력한 방안 중 하나는 박물관화 혹은 순례자 숙소로의 리모델링이다.
돌턴 지역 시장 제이슨 하우스(Jason House)는 이 집을 역사적 랜드마크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해당 거리를 "레오 14세 거리(Pope Leo XIV Way)"로 개명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교황 개인의 영광을 넘어, 지역의 상징성과 자부심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교황의 형이 여전히 일리노이주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족과 협의하여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가족의 승인을 받는다면, 교황의 개인적인 유품이나 사진, 교회 활동 자료 등을 전시하는 소규모 박물관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밖에도 가톨릭 교단 내부에서는 순례 코스로 편입시켜 신앙 교육이나 성직자 양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미국 내 가톨릭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미국 출신 최초의 교황과 연관된 장소로서의 상징성은 매우 크기 때문이다.
▣ 결 론
교황 레오 14세의 유년 시절 주택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한 인물의 삶과 신앙이 시작된 역사적 현장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 주택이 가진 상징성은 단순히 건물의 형태나 위치가 아닌, 그 안에 담긴 이야기와 인물의 영향력에서 비롯된다.
현재 이 집은 더 이상 단순한 부동산 자산이 아니다. 매물 철회 이후 지역사회와 종교계, 나아가 국제적 관심을 모으는 문화적 상징으로 탈바꿈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실제로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할 경우, 관련 기념품 산업이나 주변 상권의 활성화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
앞으로 이 집이 어떤 형태로 보존되고 활용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이 집이 이제 하나의 역사로 남게 되었다는 점이다. 평범했던 돌턴의 한 주택이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된 지금, 이는 단지 교황 한 사람의 이야기 그 이상으로, 우리가 역사와 일상, 신앙의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보존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