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의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당근마켓'이 최근 사기 사건으로 인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 단순히 의심 없이 거래한 사용자들이 수백만 원씩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중고거래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기존의 사기 수법보다 더 정교하게 신뢰를 유도한 것이 특징이라 더욱 충격적이다.
1. 문고리 거래를 악용한 사기의 실체
중고거래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용자들은 종종 판매자와 직접 만나지 않고 물건을 문 앞에 걸어두는 '문고리 거래'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 비대면 거래 방식이 새로운 사기 수단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최근 인천에 거주하는 20대 A씨는 당근마켓에서 아이폰 16 프로맥스를 구매하려다 495만 원이라는 큰 금액을 잃었다. A씨는 판매자 B씨와 대화를 나눈 후, 먼저 165만 원을 송금했고, B씨는 거래 당일 문고리에 쇼핑백을 걸어뒀다는 사진까지 보내며 신뢰를 구축했다. 이후 B씨는 "사업자 계좌라 개인 거래로 인식되지 않으면 문제가 된다"며 추가로 송금을 요구했고, A씨는 세 차례에 걸쳐 총 495만 원을 입금한 뒤에야 사기임을 깨달았다.
문제는 이 수법이 매우 정교하다는 데 있다. B씨는 신분증 사진을 보내며 본인 인증을 시도했고, 당근마켓 내 계정은 '재거래 희망률 100%'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었다. 게다가 지역 인증까지 완료되어 있어 A씨는 의심할 여지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 이 계정은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빌린 가짜 계정이었고, 신분증 역시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2. 피해는 전국으로 확산 중
A씨는 사기 사실을 인지한 뒤 혼자 해결하기 어려움을 느끼고, 온라인 채팅방을 개설해 다른 피해자를 모집했다. 놀랍게도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동일한 수법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 수는 64명에 달하며, 총 피해 금액은 약 1,700만 원으로 추정된다.
피해 품목은 아이폰뿐 아니라 상품권, 게임기, 그래픽카드 등으로 다양하다. 사기범은 단기간 내에 여러 계정과 다양한 품목으로 피해자를 노렸으며, 당근마켓의 신뢰 구조를 교묘하게 역이용한 것이다.
이런 방식의 사기는 단순한 일회성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인 범죄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정 대여, 신분증 위조, 송금 유도 등 여러 단계를 거치며 치밀하게 계획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찰은 현재 사용된 계좌의 실소유자를 추적하고 있으며,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3. 당근마켓의 허점과 사용자의 대응법
이번 사태는 당근마켓의 인증 시스템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당근마켓은 지역 인증, 재거래율, 계정 평점 등을 통해 사용자의 신뢰도를 평가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사기범에게 도리어 '신뢰 유도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특히 재거래율 100% 같은 수치는 거래량이 적은 계정에서도 쉽게 달성 가능하며, 제3자가 계정을 빌리거나 구매할 경우 실사용자와 무관하게 높은 평가가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인증 사진이나 신분증을 요구하지 않는 플랫폼 구조상, 판매자가 제공한 정보가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이용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문고리 거래는 가능하면 피해야 한다. 아무리 바쁜 상황이라도 실물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송금은 매우 위험하다.
둘째, 프로필 평가나 신분증 사진만으로 신뢰하지 말 것. 신분증 사진은 위조가 어렵지 않으며, 계정도 빌리거나 조작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추가 송금 요구가 있으면 즉시 거래를 중단할 것. 물건 구매 외적인 이유로 반복 송금을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 사기의 전형적 신호다.
넷째, 거래 내역은 모두 캡처하고 기록에 남길 것. 이는 향후 법적 대응이나 신고 시 중요한 증거가 된다.
다섯째, 피해 발생 시 경찰 신고와 함께 커뮤니티 피해자 단체방 참여를 권장한다. 단체 대응은 수사 속도를 높이고 피해 회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 결 론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라는 장점을 살려 빠르게 성장한 플랫폼이지만, 이번 사건은 그 구조적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역 인증과 프로필 신뢰 지표가 도리어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현실은 플랫폼 측의 즉각적인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간편함'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거래의 본질인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문고리 거래나 신분증 확인 등 기존의 안심 장치마저 조작 가능한 오늘날에는, 실물 확인이 가능한 대면 거래가 가장 안전한 방식임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당근마켓을 포함한 중고거래 플랫폼들이 보다 신뢰 가능한 인증 체계를 갖추고, 이용자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